‘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은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글이다.
원래는 ‘오래 살다보면 언젠가는 죽어서 이렇게 묻히게 될 것을 생전의 자신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인데 조금 익살스럽게 표현된 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버나드 쇼는 임종할 때도 “나는 다시 산다면 내가 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인간에게 놓인 두 갈래 길에서 가보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에서 나온 말이리라.
버나드 쇼의 묘비에 적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을 보면 마치 국내 안경원을 향해 던지는 교훈 같기도 하다.
그동안 국내 안경원들이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온라인에서 고객을 빼앗아가는 데도 우물쭈물하고, 백화점과 면세점에 고객을 잃어도 우물쭈물해 왔다. 심지어 전쟁터에서 가장 치욕이라는 내부분열, 즉 같은 안경원끼리 서로 잡아먹으려고 가격파괴를 일삼아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이 우물쭈물 허송세월만 보냈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소비자의 니즈가 시시각각 바뀌는 데도 안경사들은 옹고집 노인처럼 2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우물쭈물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다.
요즘 업계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소리는 예전과 전혀 다르게 깊고 깊다. ‘올해 9월부터 지독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된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해마다 추석 전후에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도 이 정도까지 떨어진 적은 없다고 안경사들이 아우성이다.
매출 하락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서울 중심지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A급 안경원을 40여년 운영해온 안경원 원장이 고개를 내두르고 있다.
한번 후퇴하기 시작한 산업은 웬만한 노력과 자기반성이 없으면 제자리를 찾기 쉽지 않다. 그러나 위기 극복은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일깨워 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안경원이 매출 하락에서 탈출하려면 안경사 모두가 힘을 합쳐야 되고,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일으키는 ‘우물쭈물’을 걷어내야 한다.
모든 안경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된다. 이제는 조그만 실수도 피해가 수십 배 크게 다가올 정도로 힘이 빠진 곳이 안경업계다.
조그만 실수가 쌓이면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나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이 성행할수록 안경원의 앞날은 어두워진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금 국내 안경원은 구명보트 없는 배와 같다. 몇몇 안경사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구명보트를 빼돌린 때문이다. 그 결과 지금의 안경원은 자신감마저 잃어버렸다.
그러나 업계가 이 지경에 놓인 것은 몇몇 사람만의 책임이 아닌 모든 안경사들의 공동 책임이다. 배에서 구명보트를 빼돌린 사람을 수수방관 쳐다본 것도 책임이라면 책임이다.
누구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흉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안경사에게는 이제 더 이상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